산업의 경계가 모호해지듯 채용에 있어서도 일정한 원칙이 없어지는 추세다. 과거처럼 대학 졸업 성적이 우수하고, 성실하며, 화합형을 고집하는 기업은 줄 어들었다. 비록 성적은 뒤지더라도 창의적인 사고력이 뛰어나고, 어떤 환경에 서도 정면 돌파할 수 있는 뚝심이 있다면 높은 취업 경쟁률을 뚫고 합격의 짜 릿한 맛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올해 들어 두드러지게 달라진 채용 문화를 소개한다.
■변화1 개방형 채용■
‘과거를 묻지 않는다’ 오직 일을 잘할 수 있는 능력만 갖췄다면 지원이 가능 하다. 한 가지 제한이 있다면 만 20세 이상이란 나이 제한뿐이다. 대학 졸업 후 몇 년이 지났어도 상관이 없고, 학력 제한도 없다. 개방형 채용을 실시한 민간기업 가운데 눈길을 끌었던 곳은 외환은행이었다. 대학 졸업장 없이도 10 명이 외환은행 행원이 됐고, 전업주부도 5명이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합격자 명단엔 불혹의 나이를 지난 남성도 있었고, 30세 이상자도 10명에 달했다.
외환은행은 하반기에도 개방형 채용을 한차례 더 단행할 예정이다. 개방형 채 용이 정착되면 굳이 대학 진학을 고집하거나, 1류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도 좋 은 직장을 잡을 수 있게 된다.
■변화2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같은 4년제 대학을 졸업해도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에 따라 월급이 몇 배 가 까이 차이난다. 지금까지는 한번 비정규직으로 입사하면 신분 변화가 불가능했 다. 능력이 아무리 특출해도 한 두 사람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주면 인사 원칙이 무너질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은행권을 중심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시작됐다. 국민은행은 모든 비정 규직을 대상으로 정규직 전환 시험을 실시해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다른 은행 들은 근무 평점이 높거나 지점장 추천자로 한정해 정규직 전환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했으나, 국민은행만은 재직 기간 2년 이상인 모든 비정규직에 문호 를 개방했다. 정규직 전환자는 80명이었으나 무려 3687명이 응시해 46.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변화3 지방대·여성인력 확대■
지방분권화 바람이 신입사원 채용 시장에도 불고 있다. 지방대학 출신자들의 취업문이 어느 때보다도 확대될 전망이다. 같은 맥락에서 취업 합격자 명단에 여성 대학졸업자도 상당 수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주로 지방에 공장이 있는 기업일수록 지방대 출신을 많이 뽑고, 여성의 섬세한 손길이 필요한 업종에선 여성인력을 대거 채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SK그룹은 지방대와 여성인력 채용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하반기에 600명의 신입 사원을 선발할 SK그룹은 SK(주)와 SK텔레콤을 중심으로 지방대 출신과 여성인 력을 20~30%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600명 가운데 120~180명을 지방대 출신과 여성인력으로 채용하게 되는 셈이다.
■변화4 특기자 채용 확대■
엔터테인먼트나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기업들은 출신학교나 학교 성적보다 다 양한 경험이나 경력을 우선하는 채용 경향을 보인다. 전국단위 공모전 수상 경 력자를 우대해주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추세다